저는 원래는 아이캐치가 나오는 단위로 자르고 있습니다.
대항온과 번역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나의 배는 육지에 충돌한 뒤 알수없는 방향으로...후...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학교식당 옆의 자판기 코너에 도착한다. 진열된 팩 주스 중에서 나는 커피 우유를 샀고, 무라카미는 딸기오레를 샀다.
그리고 바로 교실로 달려가려고 했는데, 무라카미가 따라오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니,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다물고 척하니 서있으면 그렇게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는 무라카미의 시선 끝에는 탁 트인 높고 푸른 하늘이 있고, 그 하늘 아래는 분홍빛의 벚나무가 있어서, 바람에 꽃잎을 휘날리고 있다.
"봄이구만."
하고, 풍경에 지지 않을 정도의 느긋한 목소리로 무라카미가 말했다.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딸기오레는 학교에서밖에 안 팔잖아?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보니까 벚꽃이 피어있잖아. 그래서 갑자기 이 학교에 감상적인 기분이 들어서, 다음 봄이 올 무렵에는 우리들도 졸업이구나 해서...이제 딸기오레랑도 졸업인가 하고…"
"갑자기 뭔 소릴."
"언제나 감동은 갑자기 찾아오는 거야."
무라카미가 언제나처럼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리곤 내 쪽으로 돌아서서,
"너, 한 번만 더 말하겠는데, 이대로 정말 후회 없겠어? 이런 형태로 학창생활을 끝내면 허무하지 않냐?"
"이런 형태라니, 그게 무슨…"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무라카미가 예상외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기세에 눌리고 말았다.
"아, 어, 수입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무라카미는 금새 자기가 하던 말을 잊고 다시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방향에는 교문이 있고, 검고 육중한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저거 링컨이네."
"링컨?"
나는 반문한다.
"수입차라고 수입차. 무지 고급품이라고."
"그렇구나, 링컨은 대통령 이름이 아니라 차 이름이었군."
내 헛소리에도 무라카미는 반응하지 않는다.
조금 외로운 기분으로 링컨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빈용 현관의 바로 옆에 정차했다.
"저런 차를 타고, 대체 어떤 부자가 온 거지?"
무라카미는 한숨을 쉰다.
"뭐 우리랑은 관계 없잖아. 가자. 진짜 종 치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 여자다."
또 무라카미가 등뒤에서 말을 했다.
"여자?"
그 말에 이끌리는 것이 남자의 슬픈 숙명이다.
돌아보니, 마침 내빈용 현관에서 사람이 나와서 차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무라카미의 말대로 여학생이었다. 걸음걸이에 힘이 없어, 옆에 있는 전통복을 입은 노인에 기대듯이 해서 걷고 있었다.
짐작하건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소녀를 가족이 맞이하러 온 것일까?
거리가 멀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단지 여학생의 가느다란 허벅지가 봄의 태양을 반사하여 눈부셨다.
그들이 링컨에 다가서자,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려서 문을 열어준다.
"저런 엄청난 부자가 이 학교에 있었구나."
엔진음을 남기며 교정을 떠나가는 차를 바라보면서 나는 무심코 그런 말을 꺼냈다.
"저건 카시와라 사리나인가? 정말 소문대로구만."
무라카미가 그 이름을 말했다.
"아아, 저게 그 애구나."
"이런 아침 일찍부터 조퇴하는 건가. 어지간히 몸이 약한가 봐?"
"나한테 물어봤자 모르지."
우리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분명 이 방이었던가, 아니면 저 방인가.
나는 고요해진 교사 안을 이곳 저곳 헤매고 있었다.
방과후, 돌아갈 무렵에서야 나는 시이노 키라리의 말을 떠올렸다. 제 2문예부가 없어지게 된다는 얘기 말이다.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곤 해도, 올해로 졸업하는 자신에겐 관계 없다고는 해도, 소속된 부가 사라진다고 하니 역시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그래서 조금 상태를 엿보기로 해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어디가 부실이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일일이 찾아보기로 하고 문화부 부실이 모여있는 층을 탐색하고 있는데, 왜 여기는 이렇게 조용한 거지?
아직 방과후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문화부 사람들은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게다가 보통 교실처럼 복도 측에 창을 만들지 않아서 주위는 묘하게 어둑어둑하다.
이게 문화부의 공기라는 건가.
나처럼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도저히 있기 거북한 분위기다.
게다가 가끔씩 여학생과 지나치면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시선을 보내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나쁜 짓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직접 뭐라고 소리를 듣는 것보다 이렇게 은근히 분위기가 안좋은 상황에 약한 편이다. 마음이 약해지려는 걸 참고 한 바퀴를 돌아봤는데, 이게 도저히 보이질 않는다.
이제 됐어, 그냥 집에 갈랜다 시밤, 하고 계단을 내려오려는 참에,
"시카노스케?"
갑자기 누가 나를 불러세운다. 아니, 불러세웠다기보다도 물어보았다고 표현하는 쪽이 정확한가?
돌아볼 것도 없이 목소리만 가지고도 누군지 알았지만, 기쁘지는 않았다.
뭐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헤매는 장면을 보여버리면 영 껄끄럽다.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는지, 층계참 위쪽에 서 있는 사람은 시원스런 눈을 한 여학생이었고, 역시나 짐작하던 대로 그 사람이었다.
"아, 겨우 부실에 얼굴 좀 비치려나 보구나. 기다렸어."
그녀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 그녀가 바로 제 2문예부에 있는 내 지인, 이스루기 치에 부장인 것이다.
"아, 아니, 없어. 그런 생각."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렸다. 갑자기 말을 걸어 오면 일단 부정해버리는 것이 내 나쁜 버릇이다.
"어, 그럼 왜 이런 데를 돌아다니고 있어?"
치에 누나는 수상쩍어 한다.
뭐 그렇겠지.
내 언동은 전혀 앞뒤가 안 맞으니까.
"…그러고 싶어서."
내가 대답이 되지 않는 답변을 하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린다.
"또 이상한 소릴 하네. ...사실은 제 2문에부에 일이 있어서 온 거지?"
"아니라니깐."
"왜 그렇게 고집이 세?"
"알았어. 솔직히 말할게. 그 말대로, 나는 제 2문예부에 일이 있어서 온 거야."
굴욕을 느끼면서 나는 그 말을 인정했다.
"정말, 왜 너는 그렇게 의미 없는 거짓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깐."
치에 누나는 한숨을 내쉰다.
그런 소릴 해 봤자 의미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깜짝 놀라서 거짓말을 해버렸다고나 할까.
"평소부터 거짓말만 하니까 그렇게 비뚤어진 거야."
치에 누나가 말한다. 확실히 그건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사람한테 그런 소릴 들으면 신경이 거슬린다는 걸 느꼈다.
"잠깐, 어딜 가려는 거야?"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던 나를 치에 누나가 불러 세웠다.
"기분 나빠져서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자, 치에 누나는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와서 나를 따라잡았다.
"미안 미안, 사과할게."
치에 누나는 웃고 있다.
"그럼 부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 어딘지 몰랐거든."
"지금부터?"
"응. 하지만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 사람은 마음이 비뚤어졌어요' 같은 소개는 하지 마."
"아하하, 그런 짓은 안 해. 하지만 소개하는 건 다음 기회가 되겠네."
"왜?"
"그야, 오늘은 아무도 없거든?"
"어?"
"모두들 다른 볼일이 있는지 오질 않았어. 그래서 나도 이제 돌아가려고."
"느슨한 부활동이구만."
"4월은 다들 바쁘잖아. 다음 주부터 모두들 오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다음에 또 와."
"으, 응."
모처럼 오늘 각오하고 왔는데 허탕을 친 모양이다.
"부활동에 참석하기로 한 건 좋은 일이지. 하여튼 오늘은 돌아가자."
그리고 우리들은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
걸으면서 나는 폐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녀도 그 사실은 안타깝게 여기는 모양이다.
"제 1문예부에 통합되는 것 뿐이니까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쓸쓸한 건 사실이지. 그런데 누구한테 들은 거야?"
시이노 키라리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깜짝 놀란다.
"그 애는 좀 별나긴 하지만 엄청 착한 애니까, 잘 대해줘."
그리고 치에 누나는, 최근 별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등등을 물어보았다. 그것을 들으면서, 여전히 걱정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녀와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치원시대부터 계속되어 왔다.
간단히 말하면 소꿉친구라는 얘기다.
하지만, 같은 학년이 된 건 올해가 태어나서 처음이다.
왜냐하면, 치에 누나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냐고 하면, 즉 그녀는 작년에 유급을 해버렸다는 뜻이 된다.
일단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이 학교에서, 작년의 유급생은 그녀 뿐이었다. 그 때문에 3학년에게 '선배'라고 불리는 유일한 재학생으로서, 모두에게 친근감을 주거나, 당혹감을 주거나 하고 있는 것이 이 이스루기 치에 씨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딱히 낙제생인 것은 아니다. 이것은 소꿉친구로서 그녀의 명예를 위해 말해두겠지만.
오히려 치에 누나의 성적은 우수한 편에 속한다.
이 오비학원은 학생의 학력에 큰 폭의 차이가 있어서, 밑은 상당히 떨어지지만 평균은 그리 나쁘지 않고,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봐도 꽤 굉장하다.
그런 치에 누나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하면, 작년 가정사정 때문에 장기간 휴학했기 때문에 출석일수가 부족해진 것이다. 본인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
"그럼, 다음에 봐. 이걸로 포기하지 말고 꼭 참석해야 된다? 나도 꼭 있을 거니까."
교문 가까이서 치에 누나가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자전거로, 그녀는 버스로 돌아간다.
"알았어. 그럼 그때는 부탁할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참 그렇지. 나중에 우리 애들이랑 놀아줘. 저번에도 시카노스케가 보고 싶다고 하더라."
"에~ 싫어. 그 녀석들 나만 보면 난폭하게 군단 말야."
"시카노스케가 거짓말만 줄줄 늘어놓으니까 그렇지. 왜 그렇게 엉터리 같은 소리만 지어내는지 모르겠다니깐…"
"나도 몰라. …자, 치에 누나, 빨리 안 가면 버스 오겠다."
"그래 그래, 돌아갈게. 오늘은 내가 식사 준비 해야 되니까 말이야."
"힘들겠다."
"무슨 소리니! 가 볼게!"
치에 누나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든다.
"응, 안녕."
나도 손을 흔들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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