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네요.
늦어진건 바쁜 탓도 있지만 의욕저하도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뭐, 중간에 내팽개치는 일은 없을거라 봅니다.
모 게임도 완전번역까지 3년이 걸렸던 저입니다만...
그리고 다음날 방과후, 우리들은 다시 부실로 모였다.
오늘은 밴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어제 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 뒤의 토론에서 우리들은 밴드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키라리와 나는 이전에 라이브 하우스에서 본 정도밖에는 모르고, 카시와라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팝 뮤직 전반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
치에 누나는 일반인 수준의 지식은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도 그저 알고 있다는 정도로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멤버는 나를 포함해 밴드라던가, 록이라던가, 펑크라던가, 그런 것에 대한 이해도 지식도 세상의 표준 이하였던 것이다.
자신들이 할 거라면 하다못해 최저한도의 지식 정도는 없으면 안되겠지.
이런 생초보들만 가지고서 밴드를 한다니, 무모한 짓이다. 잘도 밴드를 하겠다는 말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다.
이 학교의 문화제는 7월, 여름방학 전이다. 지금부터 연습을 해도 4개월 약간 안되는 정도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얼마만큼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뭐, 일단 하기로 한 이상 해보는 수밖에 없다. 나도 이렇게 실제로 시작된 이상은 각오를 다지고 해볼 생각이다.
다른 일행도 힘들다고 해서 돌이킬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어, 그녀들의 경우엔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기분도 안 드는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오늘 우리들에게 밴드라던가 하는 것을 가르쳐줄 강사로서 무라카미를 초빙했다.
아니 초빙했다고 하는 것은 그리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화제에서 밴드를 한다는 얘기를 꺼냈더니, 부디 펑크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해달라고 자청한지라 시켜주게 된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아니라 초대받지 않은 강사라고나 할까.
본래는 그 자신도 밴드 멤버로써 참가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바둑부에 현역 소속되어있는데다 그쪽의 전시물로도 힘에 벅찬데 겸임으로 제 2문예부의 전시물에 참가할 수는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다.
그래서, 하다못해 강사라도 하게 해달라고 청해온 무라카미. 확실히 정보수집능력과 그 끈질긴 정열에는 정평이 나 있는 그였지만, 실제로는 라이브조차 보러 가본 적이 없는 생초보인 것이다.
나는 불안했지만, 본인은 그런 사정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지, 무척이나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해 온 자료를 늘어놓고 있다.
자리에 앉아 드디어 시작되려나 하는 시간에 되자, 치에 누나도, 카시와라도, 키라리도 모두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저 낙천적이기만 한 건 아니었나 보다.
그에 비해서 뒤에 앉은 2학년의 2인조는 어지간히 편안한 태도로 아까전부터 잡담을 나누고 있다.
진짜 뭐 하러 온거야?
말을 걸려다가 나는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이름은 뭐야?”
“저희들이요?”
“마이랑 미유키예요!”
기운차게 대답한다.
“누가 마이고 누가 미유키?”
“그런건 어찌되든 상관 없잖아요!”
“이름 같은걸 알아서 어쩔 속셈이세요? 엉큼하긴!”
영문을 모를 소릴 하고서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놀림을 당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녀들의 상식은 내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것일까?
“하아...”
어느쪽이든 간에 내가 뭐라고 말할 기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하여 무라카미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가슴을 펴고 교탁에 선 무라카미.
여유작작한 태도. 도저히 책이나 TV만으로 공부한 녀석이 앞으로 강의를 시작하는 태도라곤 생각할 수 없다.
이 경지에 이르면, 왠지 존경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니까 신기한 일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교탁은 일부러 옆 교실에서 가져온 것이다.
선생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겠지.
"먼저 질문을 하겠다."
무라카미는 잘 울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펑크를 하기로 했는데, 펑크는 록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먼저 너희들이 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럼, 에~또, 시이노 군."
완전히 교사 기분에 젖어 키라리를 지명했다.
"네!"
키라리는 순순히 일어섰다.
"록은 어떤 음악이라고 생각해?"
"일렉기타나 그런 악기로 하는 음악이요!"
그러자 무라카미는 팔짱을 끼는 포즈를 취하고는,
"으~음, 확실히 록이라고 하면 일렉기타라고 할 만큼 상징적인 악기지만, 지금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좀 아니다."
"실망."
"이스루기 양은 알겠어?"
"으~음...분명, 록은 8비트라고 했던 것 같은데…"
치에 누나는 앉은 채로 대답한다.
"응, 그건 틀리지 않아. 분명히 정통 로큰롤의 음악적 특징으로는 8비트를 꼽을 수 있지. 하지만 왜 8비트인지 알고 있어?"
"그건 모르지만…그 이전에, 이유 같은 게 있나요?"
왠지 존댓말로 물어보는 치에 누나.
"그건 말이지, 로큰롤의 모체가 된 R&B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지."
"R&B는 흑인음악 아니야? 록은 백인이라는 느낌인데…"
"저기 말야, R&B는 리듬 앤 블루스잖아. 블루스는 아마 흑인음악이었지?"
내가 치에 누나의 말에 덧붙여 말한다.
그러자 무라카미는 감탄했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호오, 마에지마가 그런 것도 알고 있었나? 그래, 얼마 전에 R&B가 유행했었으니까. 어차피 TV에서 본 거겠지?"
너도 지금 바로 이 장면에서 조사해온 걸 그대로 읊고 있을 뿐이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옆길로 빠질 것 같았으므로 가만히 있어 주었다.
무라카미는 내 속마음 같은 건 모른 채 웅변을 계속한다.
"로큰롤이라는 것은 처음에 흑인 음악인 리듬 앤 블루스나 블루스에 백인음악인 컨트리가 섞인 것에서 태어났어. 그러니까 음악적으로는 당연히 R&B와 닮아 있고, 초기 록의 노래 중에는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구별하기 힘든 음악을 구별할 때에, 흑인이 하면 R&B, 백인이 하면 록이라는 단순하게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예외는 있지만 말야. 하여튼, 지금도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는 거겠지."
"흐으음, 음악의 장르란 건 음악성 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닌가 보네."
치에 누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그야 그렇지. 애초에 항상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대중음악에 정확한 장르를 지정한다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고객층을 가리기 위한 편의적인 것들 뿐이다. 예를 들면 말이지, 지금 일본에선 팝스랑 록은 거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는데 하드록은 다른 코너에서 팔거나 하잖아? 그것은 팝스랑 록은 구매자층이 거의 동일하지만 하드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잘난 척하며 말하고 있지만, 도저히 내가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게 주워들은 말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장르에 명확한 기준은 별로 없는 거야. 그러니까 같은 밴드라도 잡지나 매체에 의해서 다른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지. 실제로 이미 록이란 것은 온갖 방법으로 해체되어 버린지 오래라, 특별한 장르가 아니게 되어버린 점도 있겠지만."
"뭔가 복잡한 얘길 늘어놓으니 잘 모르겠는데. 결국 무슨 소리야?"
귀찮아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렇군…"
무라카미는 생각에 잠긴다.
"좀 한 마디로 록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줘."
나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말했다.
"음,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테마지. 그건 그렇고 좋은 질문이군. '무엇이 록이냐?' ……음, 심오해."
무라카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로선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생각하건대, 오늘의 테마가 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쩌면 정말로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부터 밴드 활동을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악기의 구성이나, 효율적인 연습법이나, 우리들이 앞으로 해야 할 행동에 도움이 될 지식들 말이다. 이런 데서 지금 무라카미가 이야기하려는 추상적인 내용을 배워봐야 쓸데없는 일일 것 같다.
"그건 기분 탓이다."
내 의견에 무라카미는 즉시 단언한다.
"본질을 모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냐? 애초에 테니스를 할 때도 테니스라는 게임의 본질을 모르면 전술도 의미가 없고 시합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지겹도록 설교해댄 건 너 아니었냐?"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테니스를 하던 때의 무라카미는 상대보다 강력한 타구를 상대보다 정확히 칠 수 있으면 이긴다, 잔재주는 필요 없다,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 말을 해도 말이지, 마에지마. 나는 밴드 활동 같은 건 해본 적 없으니까, 실전적인 지식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납득했다.
"그럼 이 모임 자체가 의미 없잖아.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바보같은 소리 마. 나에겐 록에 대한 애정이 있다. 너희들은 문화제에서 밴드를 한다고 하는데, 최저한의 지식도 모른 채 하겠다니 나 같은 팬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냐? 애초에 그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연주를 할 생각이냐고."
"뭐, 그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으~음, 나는 엄청 재밌는데. 좀 더 이야기 해줘."
키라리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과연 시이노다. 뭘 좀 아는군."
무라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초에 마에지마가 나한테 큰소리 칠 입장이냐? 내가 밴드에 권유했을 때는 거절한 주제에 이런 걸 하고 있잖아. 사실 나는 스스로 밴드를 하고 싶었다고."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그럼 얌전히 듣고 있어."
순 억지다.
"그렇다면 무라카미 군도 밴드에 참가할래?"
치에 누나가 말하자,
"고마운 제안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 너희들이 제 2문예부로서 문화제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문화제 날에는 바둑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완수해야 되니까……. 그러니 제군들에게는 내 정신만이라도 이어받아……"
"바둑부는 뭘 할 지 정해졌어?"
"여장 대국"
무라카미는 사나이답게 딱 잘라 말했다.
"그거 참……힘내라."
내가 무라카미에게 지어 보인 미소는 굳어져 있었을 것이다.
"내 사정은 됐어. 그보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지."
무라카미는 교탁의 좌우를 양손으로 꽉 붙잡고서 몸을 내밀고 우리에게 질문했다.
"아까전의 질문을 각도를 바꿔서 다시 묻고 싶다. 너희들이 지금 록이란 말을 듣고 떠올린 이미지는 뭐지? 록스러운 느낌, 이라도 좋아. 어때, 마에지마?"
"갑자기 나?"
"응. 갑자기 너."
"……에또……잘은 모르지만 이성관계가 화려하고, 문제만 일으키고, 마약이나 술에 쩔어 살고, 그리고 폭력? 그런 과격하고 무뢰한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에, 록이란 건 그런 건가요?"
카시와라가 놀라서 끼어든다.
"카시와라는 록 같은 것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을 테니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무라카미가 말하자,
"아니요, 저어, 일렉기타 같은 것을 쓰는 음악이지요? 그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 음악이었을 줄은……"
"그게 말이지. 그런 음악이란 말이다. 섹스, 드러그, 바이올런스라는 키워드가 록에는 있단 말이지."
무라카미는 잘도 이런 얘길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할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카시와라는 싫어해?"
무라카미는 진지하게 묻지만, 그 키워드가 싫지 않다고 이 자리에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여자는 상당히 소수파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시와라는,
"조금 놀랐지만 괜찮아요. 힘내볼게요."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될 것을, 하고 나는 생각했다.
무라카미는 수습하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뭐, 그치만 모든 록 뮤지션이 반사회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안심해. 따뜻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것도 훌륭한 록이니까."
"그래?"
키라리가 묻자,
"물론 그렇지. 록은 그렇게 속 좁은 음악이 아니야."
무라카미가 딱 잘라 대답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좋아. 하지만 그것이 록이 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지켜야만 할 룰이 있다. 이것은 절대적인 법칙인데, 분명 이것이 있는지 없는지가 단순한 유행가와 록을 구분 짓는 거야. 그것은 흔히 사용되는 말이 되지만……말해도 괜찮아?"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내가 말했다.
"그렇지. 즉, 록이라는 것은……."
무라카미는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는다.
"……뜨거운 하트다."
무라카미가 도취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동은 침묵. 어떤 의미의 침묵인지는 알리라 믿는다.
그러자 무라카미는 눈을 뜨고,
"모르겠어?"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동의를 요청했다.
우리들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음."
무라카미는 갑자기 불만스런 얼굴로 변해 미간에 주름을 짓고서,
"이상하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감동했었는데……."
역시 이 말도 전해들은 것이었나 보다.
"아아, 내 정열은 역시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건가. 아니, 아니야. 이건 이 녀석들에게 정열이 없기 때문이고……."
무라카미는 왠지 성가신 소리를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아, 뭐, 대충 느낌은 와. 록이란 건 왠지 땀내나는 느낌이니까."
치에 누나는 무라카미를 달래듯 말한다.
"저도, 느낌만이라면……."
카시와라도 중얼거렸다.
"그, 그럼 나도!"
키라리, '그럼'은 뭐냐?
"정말? 마에지마는?"
"아-, 응, 알아 알아."
"그럼, 거기 2학년 애들은?"
"저희들도!"
"알아요!"
"그런가, 그럼……."
무라카미는 전원을 쭉 돌아보면서,
"……들려줘. 로큰롤이란 뭐지?"
"뜨거운 하트"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전원의 목소리가 합쳐졌다. 무척이나 의욕 없는 목소리였지만. 하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니 어쩔 수 없잖아.
"오오……."
무라카미는 그런데도 감동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뭐, 록은 그걸로 됐으니까 펑크라는 건 뭔지 알려줘. 빨랑. 그것도 오늘의 목적이잖아? 빨리 주제를 진행하라고."
내가 말했다.
"너, 사람이 감동하고 있는 자리에 물을 뿌리고……."
투덜거리면서 무라카미는 화이트보드에 준비해온 두 장의 포스터를 붙인다. 왼쪽은 옛날 SF에 나오는 초능력자 같은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을 한 남자들이 찍혀 있고, 오른쪽은 가죽점퍼에 청바지를 입은 4인조 청년들이다.
"록이라는 것이 뜨거운 하트라는 것은 제군들이 감동과 함께 이해해 준 대로지만……."
그 말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뭐 얌전히 있기로 한다.
"펑크는 그 뜨거운 하트 중에서도, 특히 '분노'를 중심으로 해서 태어난 장르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어디서 얻은 건지,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건지, 신축식의 지시봉을 쭉 뻗어서 포스터를 가리켰다.
"펑크가 태어난 것은 1970년대다. 최초의 움직임은 먼저 뉴욕에서 일어나서…"
중략.
"……당시의 록은 복잡화하여, 세밀하고 난해한 음악이 되어 대중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거기서 태어난 것이 라몬즈로, 그들의 심플한 악곡과 엄청나게 빠르고 과격한 연주가 길고 복잡한 과거의 음악을 몰아낸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냐면……."
중략.
"…….그리고, 드디어 영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는데, 당시 영국의 사회적 상황과 겹쳐 펑크록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젊은이들의 사회적,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해 나간다."
거기서 무라카미는 일단 봉을 놓고 우리들 쪽으로 돌아섰다.
오래도록 강의를 듣게 된 우리들은 이미 그로기 상태였다. 키라리만이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이, 나로선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무라카미의 강의는 일반인 치고는 대단한 편이었다.
그건 틀림없는데, 뭐라고 할까, 정열이 지나쳐서, 게다가 이쪽에게 일일이 공감을 요청하기 때문에 정말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펑크는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사상이 된다. 다음은 준비해 온 포스터를 봐줬으면 하는데……."
무라카미는 용서 없이 계속하려 한다.
"야, 이제 됐잖아? 피곤해진다."
내가 필사적인 저항으로 그렇게 말하자, 무라카미는 불만스런 얼굴을 했다.
"이제부터 좋은 장면이란 말이다."
"그런 말 해봤자, 이런 상태에서 들어도 머리에 안 들어가."
"그럼 휴식할까."
"저기, 그보다도……."
치에 누나가 소리 내어 말한다.
"역시 말이지, 음악이란 건 말이나 그림자료로 설명해봤자 영 와 닿질 않는 점이 있단 말야."
"확실히 그건 그렇지."
그리고 무라카미는 DVD의 자켓을 잡아서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일단 준비는 해왔어. 한 차례 설명이 끝나고 나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예정을 변경하지."
"그럼 처음부터 그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불평하는 소릴 낸다.
"뭐, 그런 말 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알아줬으면 해서다. 지식을 얻은 뒤에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무라카미는 DVD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배급사의 로고가 화면 가득 보여진다.
"오, 영화예요?"
"앗싸~드디어 올게 왔네요!"
2학년 2인조, 마이와 미유키가 입을 모아 환성을 지르고, 그리고 앞쪽 자리로 이동한다. 이 두 사람, 방금 전까지 잠들어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도 잘 안 보이면 앞으로 와줘."
무라카미는 메뉴 화면에서 일단 정지시키고 그렇게 지시했다.
"이건 당시의 밴드 라이브 영상과 에피소드를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굉장하다고. 나는 이걸 보고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가슴이 타올라서 밴드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거다. 이게 내게 있어서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거지……."
마치 성공한 뮤지션이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면서 입에 담을 듯한 대사를 감회 깊게 말하는 무라카미.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가까이로 의자를 옮겨서 어깨를 붙이고 앉았다.
무라카미는 부실의 조명을 끄고 영상을 재생시켰다.
쟈쟈쟈쟈쟈쟈쟈~쟝, 하는 기타 소리와 함께 영상이 시작된다. 먼저 그곳에 비치 것은 라이브 영상이었다.
그리 넓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라이브하우스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카메라의 위치가 조금 낮은지 스테이지 위의 사람은 폴짝폴짝 뛰는 관객들의 그림자에 가려 보기가 힘들었다.
인파 너머에 보이는 인물. 정면에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보컬인 것 같다. 깡마른 동안의 백인남성은 흰 셔츠를 입고 노래하고 있는데 그 머리카락 색이 선명한 오렌지색이었다. 내가 그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연상한 것은 'STAR GENERATION'의 야기하라 씨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멋있네."
옆에서 치에 누나가 속삭이는 말이 엄청 가깝게 들려온다.
만약 마주보려고 하면 얼굴이 부딪칠 정도로 붙어있다. 반대편에 앉은 카시와라도 똑같이 가깝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는 엄청 여자애들이 밀집되어있는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좋은 냄새가 풍겨오니 신기한 노릇이다. 이것은 누구의 냄새일까. 향수 냄새는 아니다. 각자의 냄새가 혼연일체가 되어 생겨나는 것일까. 어질어질하다.
괜히 의식하게 되어 긴장으로 숨이 막혀왔다. 이런 관계없는 때에 부끄러운 이야기다.
대각선 앞에 앉은 키라리가 눈이 빠져라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시야 구석에 비쳤다. 나도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에 화면에 의식을 집중시킨다.
한번 라이브 하우스에 갔다 온 덕인지, 이제부터 자신들이 하기로 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영상은 여태까지 TV에서 본 적이 있을 텐데도 평소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첫 주제로 다뤄진 것은 'SEX PISTOLS'라는 영국 밴드였다. 외국인 치고는 어리게 보이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실제로 엄청 젊은 걸지도 모른다.
화면의 중심에는 아까 전 노래했던 오렌지색 머리의 보컬이 비치고, 화면 밑에는 그의 이름 '조니 로튼' 그리고 괄호 치고 존 라이든이라고 써 있었다. 읽는 법이 두 가지인 모양이다.
그는 의역하자면 "난 반 기독교 주의자다,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라네." 라고 하는 매우 비건설적인 의미의 영어 노래를 웃으면서 열창하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학교는 미션 스쿨이다. 부지 내에는 예배당이 있고, 우리들은 매일 아침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어 있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이 일단은 신성한 교육의 전당에서 안티 크라이스트니 하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이 부조리함에 뭐라 할 말이 안 나온다.
가사도 쇼킹했지만, 연주도 심각하다. 하여튼 엉망진창이라, 음악과 소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라이브는 성황이었다. 지나칠 정도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관객들은 펄쩍 뛰거나 몸 전체를 격렬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전체적으로, 소리도 영상도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보내는 우리들에겐 조금 충격이 컸다.
제 2문예부실 안의 소녀들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두 2학년생은 무서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카시와라는 난해한 것을 보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치에 누나는 포커 페이스, 키라리는 흥미있어하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두근거리며 양 주먹을 쥐고서.
무라카미는 팔짱을 끼고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이 전에 갔던 라이브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것이 외국이고, 게다가 오래 전의 영상이지만 분위기는 그 때와 겹치는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이것 만큼 과격하진 않았고, 좀 더 음악다웠지만, 뭐라고 할까,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 매우 닮아있었다.
그 분위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정열로 가득 찬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감화되기 쉬운 타입인 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이상한 공간을 보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설령 그것이 혐오감일지라도.
그렇게 무엇에 대한 변명인지도 모를 논리를 생각하고 있다 보니 장면이 바뀌었다.
배 위에서 아까 전의 멤버들이 뭔가를 떠들고 잇다.
이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25주년 기념일의 영상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 날 템즈 강에 배를 띄우고 각지에서 방송금지를 당한 여왕을 비하하는 의미의 곡을 노래했다고 한다. 모두들 술에 취해서 정말 즐거워 보인다.
이런 장난을 쳐도 되는걸까, 하며 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여서 배에서 내려온 후 체포당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영국 내에서 맹렬한 반대를 받았다고 한다.
역시 나쁜 짓이구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여왕이란 소릴 들어도 일본인인 나는 영 와 닿질 않는다.
앞에 앉아있는 치에 누나의 등을 찌르면서,
"일본으로 치면 고귀하신 분(천황)을 모욕하는 노래를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거랑 비슷할까?"
라고 물었더니,
"그럴걸."
하고, 조심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 참 엄청 무시무시한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영상은 그 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취한 채 TV에 나와서 방송금지 용어를 연발하거나, 레코드 회사에서 순식간에 해고당하거나.
하여튼, 그들은 온갖 소동을 부리고 다닌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것이 오히려 그들의 지명도를 높여서 노래는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니까 세상 일이란 건 잘 모르겠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서 이 밴드의 팬이 인터뷰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그 팬이란 게 또 심각했다.
희멀건 얼굴에 뒤룩뒤룩 살이 쪄 있고, 눈썹이나 입술에 두꺼운 피어스를 박은 사람이나, 영양실조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깡마른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유령처럼 말하거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끝마다 '최고다!'라고, 묘하게 번뜩이는 눈으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마약이나 술에 쩔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모습. 아마 실제로도 그렇겠지.
이건 일종의 호러 같아서, 이 광경은 꿈에서 나올 지도 모른다. 진짜 펑크 팬이라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그렇게 'SEX PISTOLS'의 공연이 끝나고, 다른 밴드가 등장한다.
어떤 밴드는 피차별적인 대접을 받은 이민자의 활동에도 참가해서 사회문제에도 접근했다는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그 대결자세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카리스마적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밴드의 보컬은 무덤 파는 사람에서 펑크 록커로 전직했다고 한다. 무슨 미국 프로레슬러 같은 경력이다.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가 라이브 씬을 중간에 끼워 넣으며 화면 가득히 자극적으로 전개되어 간다.
나타나는 하나 하나가 과격하고 자극적이어서 마치 조금 소란스런 도깨비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여튼 모든 것이 진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아니, 일반적으로 말하면 거의 대부분 나쁜 걸지도 모른다.
영상이 끝나고 조명이 다시 켜지자, 의도치 않게 모두의 한숨이 겹쳐졌다.
내 몸은 왠지 나른한 것이 막 수영장에서 나온 것 같았다.
"어때, 굉장했지."
무라카미는 만족스럽게 말했지만, 누구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왜, 말도 안 나올 정도냐?"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는 웃었다.
"저기……."
입을 연 사람은 카시와라였다.
"왜 저 사람들은 스테이지에서 손목을 긋거나 악기로 사람을 때린 걸까요?"
실로 소박하고도 당연한 질문이었다.
"아니, 그건, 분명 이런……아마도, 무언가 음악적인 충동이 온몸을 충동질해서. 그래, 분명 분노일 거야. 분노가 그를 움직인 거지."
무라카미는 살짝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죄송해요. 역시 이상하게 느껴지는데요, 그것은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요?"
"에-또, 그건 아마, 이 세상, 이려나……?"
무라카미의 시선이 방황하고 있다.
"아프지 않나?"
내가 말하자,
"그야 아플 것 같지."
무라카미가 대답했다.
"…….그런가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저런 짓을 해서 자신을 상처 입히다니……. 이해하기 힘든 문화로군요."
그렇게 말하고 카시와라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다시 제 2문예부실은 정적을 되찾았다.
"뭐, 너희들도 밴드를 하겠다면 이런 뜨거운 느낌의 스테이지를 목표로 해야지."
정적을 참지 못하고 무라카미가 입을 열었다.
"저, 자해행위는 좀……."
"선생님에게 야단맞을 것 같아요."
2학년 여자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린다.
"응, 물론 본 것 그대로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 그러니까, 열정 같은 부분을 본받아서……."
둔감한 무라카미도 우리들의 반응이 너무 예상과 달랐는지 변호를 시작했다.
"재미있었어!"
그 무라카미의 말을 가로막고 키라리가 쌓아놓고 있던 감정을 드디어 내보내듯이 말했다.
"에?"
어리둥절해 하는 무라카미.
키라리는 기쁜 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다.
"재미있었어. 빨리 하고 싶은데. 우리들도 이런 식으로 손님들을 흥분시킬 수 있을까나?"
"뭐 확실히 굉장한 열기이긴 했지만."
치에 누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져있다.
"문화제의 스테이지에서 이걸 그대로 하는 건 여러 면에서 위험할 것 같고, 솔직히 무리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지?"
"으, 응. 기분만이라도 받아들여준다면."
무라카미는 완전히 저자세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요~, 여름까지밖에 시간이 없는데요?"
"그래가지고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마이&미유키가 걱정스레 말하지만,
"이 사람도 라이브 씬에선 그다지 제대로 된 연주를 하지 않았잖아. 왠지 안심했어. 술 마시고 난동부리기만 해도 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할 수 있겠는데."
내가 말하자,
"문화제에서 술 같은 걸 마셨다간 퇴학 당하잖아."
치에 누나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살짝 웃었다.
"하지만 그 말대로야. 하여튼 자신을 가지고 해야 돼.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그걸 전하고 싶었던 거다."
정말인지 그냥 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무라카미는 감개무량한 듯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연주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장벽은 아닌 것 같네. 단, 연주 이외에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장벽 같지만."
치에 누나는 농담조로 말한다.
"그러네요.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악기로 손님을 때리기로 할게요."
카시와라는 방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해보자! 힘내서 손님들을 잔뜩 때려주자!"
카시와라의 말을 따라 진심인지 농담인지 키라리가 기운차게 말했다.
그렇게 사기가 높아졌다, 는 이유는 아니지만 모처럼이나 악기를 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우리들은 그 뒤 바로 열쇠를 빌려 음악실로 향했다.
해가 질 무렵, 창문에선 오렌지색 빛이 비쳐 들어와서 전형적인 방과후의 풍경이 된 방으로 발을 들인다.
나는 선택수업에서 음악을 선택한 적이 없어서, 실은 음악실에 발을 들이는 것이 입학한 이래로 이게 처음이다.
준비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악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학생에 따라서는 3년간 한 번도 볼 가능성이 없는 이 장소에 이렇게 충실한 기재가 갖춰져 있다니, 의외로 윤택한 학교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선반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 나와는 관계없이, 키라리 및 다른 사람들은 악기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오~ 탬버린!"
"시이노 선배, 이쪽에는 트라이앵글이 있어요!"
"선배, 여기엔 마라카스가!"
"오~!"
키라리와 2학년생들이 차락차락거리는 것을 제쳐두고, 우리들은 먼저 밴드의 구성을 생각하기로 했다.
"4명이서 펑크 밴드를 할거라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 왕도적인 구성이지. 게임으로 치자면 용사, 전사, 승려, 마법사 같은 거다."
무라카미는 책상 위에 대학 노트를 한 장 펼쳐놓고 샤프펜슬로 Vo, G, B, Dr이라고 썼다. 각각이 파트의 이니셜에 대응되는 거겠지.
"적은 인원이면서 신디를 쓰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구성이 좋지. 그렇다면 이런 식이 될 것 같은데...어때?"
"나는 그게 기본이라는 점이 납득이 안 가."
"뭐야 마에지마, 선호하는 편성이라도 있는 거냐?"
"그래. 나는 전사 대신 무투가를 넣거든."
"그쪽 얘기였냐."
"생각해봐, 무기 값이 절약되잖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전자오락."
"지금이랑 관계 없는 그런 얘긴 됐어."
"그렇다고 해도 이 스타일이 꽤 중요한 거라……."
"저기,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카시와라가 조심스럽게 발언한다.
"저, 피아노라면 조금 경험이 있는데, 밴드에는 그런 게 없나요?"
그 질문에 무라카미가 답한다.
"키보드를 쓰는 방법도 있어. 그렇게 하면 보컬이 기타도 겸하게 될걸. 하지만 그 경우에는 연습에도 스테이지 위에서도 보컬의 부담이 상당히 증가하게 돼."
"그건 말하자면 이런 거야? 용사한테 회복마법을 맡기고 승려가 다른 직업으로 전직하는 셈인가?"
"이제 그 쪽 이야기는 그만 좀 해."
치에 누나가 살짝 화를 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포기하는 게 좋겠네요."
카시와라는 납득한 것 같다.
"그럼 대강 방침이 정해진 것 같으니, 실제 악기를 보고 담당할 악기를 정하자. 모처럼 여기 왔으니."
치에 누나의 그 제안에 따라 우리들은 준비실에서 각자 악기를 찾기 시작했다.
"드럼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무라카미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지만, 그런걸 물어봐도 여기서 그걸 아는 인간은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모든 악기를 갖출 수 있었다. 금속부분이 들이비치는 석양에 의해 눈부시게 번쩍인다.
"이건가~, 정말 연주를 할 수 있으려나."
새삼 악기를 마주하고 나니 나는 갑자기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악기에는 뭔지 모를 손잡이가 붙어있거나 해서,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누구 하고 싶은 악기 있어?"
치에 누나가 묻자,
"나, 이게 좋아!"
키라리는 드럼을 가리키고, 그 중앙에 있는 작은 북 같은 것을 철썩 하고 손바닥으로 쳐서 소리를 내고서 웃었다. 만족스러워 보인다.
"드럼 하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럼 키라리가 드럼으로 결정이네."
"앗싸~!"
키라리는 기뻐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결정해 버려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정해야 좋은 건지도 모르지만 말야.
"다음...캇시는 희망하는 악기 있어?"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카시와라는 평소와 같이 정중한 어조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 근데 너 그러고 보면 피아노도 배웠지만 바이올린도 배웠다고 했지?"
"네."
"그럼 현악기가 나으려나. ……기타랑 베이스 중 어느 쪽이 좋아?"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으-음, 그럼 먼저 시카노스케의 희망을 들어볼까?"
"나는 뭘 하고 싶다기 보다는…"
남은 건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보컬인가.
보컬은 노래를 부르는 거잖아? 그건 밴드의 얼굴,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이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악기도 그렇지만 노래는 그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타나 베이스를 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히 칠 수 있는 쪽을 고르려고 생각했는데, 두 악기가 너무 닮아서 나는 어느 걸 골라야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기보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어느 쪽이 어느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베이스랑 기타도 구분이 안 가는데. 이건 뭐야?"
"그건 베이스다."
무라카미가 즉시 대답한다.
"잘 아네."
"현이 4개인게 베이스고, 6개인게 기타라고 기억하면 돼. 하지만 세상에는 6현짜리 베이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나도 구별이 안 된다."
"그렇구나. 하지만 현의 수가 같다면 다음은 뭐가 다른 거지?"
"아마 소리가 다르겠지."
"뭐, 그건 그렇겠지만……. 그러니까, 배우기가 쉽다던가, 초보자는 어느 걸 고르는 게 좋다던가 하는……."
"그런 건 나도 몰라. 현이 적은 쪽이 간단한 거 아니냐?"
라고 무라카미가 말한다.
이 때는 몰랐었지만, 이게 초보자가 착각하기 쉬운 점 중에 하나로서, 일반적으로는 베이스 쪽이 다루기 힘든 악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 착각이 나의 앞으로의 밴드생활을 결정지어버린 것이다.
"…….그럼 베이스가 좋겠네. 가장 수수해 보이고. 카시와라 양은 기타를 하면 안될까?"
"아, 네, 괜찮아요."
그리고 나는 베이스를 잡고서, 잠시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보았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러면 남은 파트는……엑, 보컬?"
마지막으로 남은 치에누나는 이름을 적은 종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 치에 누나라면 적임인데. 딱 맞네."
"너, 날려 버린다."
실눈을 하고 노려본다.
이 대화에는 속사정이 있다. 뭐든지 척척 해내는 치에 누나지만, 노래만은 질색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심각한 음치인 건 아니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그 어중간한 음치가 오히려 용서가 안 된다는 듯, 그녀는 예전부터 노래를 해야만 할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매우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걸 계기로 약점을 극복하자고."
"으-음."
치에 누나는 생각한 끝에,
"키라리쨔~앙."
간드러진 목소리로 키라리를 불렀다.
"왜?"
"드럼 그만두고 보컬이 되어 노래해보지 않을래?"
"에~, 그치만, 나 마구 두들기고 싶은데……."
큰북을 양손으로 감싸안은 채 키라리가 말한다.
치에 누나는 그런 키라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좋은걸 가르쳐줄까? 보컬은 말야,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인기가 있고, 게다가 놀랍게도 악기 값이 공짜!"
"에, 정말? 공짜야?"
키라리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치에 누나는 씨익 웃는다. 어쩜 저런 사악한 미소가 있는지.
"진짜야 진짜, 이런 건 보컬 뿐이라니깐. 이동할 때도 짐이 필요 없고. 키라리는 자주 물건 잊어먹잖아? 키라리한테 딱 맞으니까 어떨까 하는데. 하지만, 그렇게 드럼이 하고 싶다면……."
"앗, 할거야! 할거야! 공짜라면 내가 보컬 할게!"
"그럼 키라리가 보컬이고, 나는 드럼으로……."
치에 누나는 재빨리 종이에 적었다.
"앗싸~, 보컬이다. 너무 좋아~"
속아넘어간 게 분명한 키라리는 기뻐하며 말했다.
"하지만 드럼을 서로 하겠다고 다투고 보컬을 기피하는 밴드란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무라카미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한다.
"괜찮지 뭘 그래, 어차피 문예부고. 밴드맨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사람들하곤 취향이 다를 수도 있는 거야."
내가 말하자,
"드럼이란 건 문학적인 악기였던가……."
무라카미는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각자가 자신의 파트의 악기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뭐 하는 거냐?"
4명 정도의 남학생들이 들어왔다.
우연이라고 할지 뭐라고 할지, 그들은 등에 기타 케이스를 메고 있어서, 척 보기에도 밴드 연주를 한다는 느낌이 왔다.
"아, 카시와라쨩 아냐. 오늘은 몸 상태 어때? 나 팬이거등."
학생 중 한 명이 카시와라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물러서서 치에 누나의 등 뒤로 숨었다.
"섭섭하게 구네……."
그들은 웃으면서 자신들을 경음부라고 소개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여기서 장난치는거 그만 두지 그래? 지금부터 우리들이 연습할 거니까."
"놀고 있는거 아니거든요? 또 선생님에게 확실히 사용허가도 받았고."
"넌 어디 소속이야?"
"전 이스루기입니다. 이 제 2문예부의 부장을 맡고 있죠."
"그런 부 이 학교에 있었나?"
"아니, 모르는데. 하지만 제 2문예부가 음악실을 쓰면서 경음부 연습을 방해하는 게 말이 되냐?"
그들은 동료들끼리 대화하고 있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느낌이 든다.
"바, 방해하는 게 아니야. 우리들도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서, 그래서……."
키라리가 말하는 도중에,
"너, 시이노 맞지? 방과후에 이런 데서 놀고 있어도 되냐? 가족을 위해서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겠냐?"
"아는 사이야?"
"아니, 이 녀석 작년에 같은 반이었거든. 요즘 보기 드문 근로소녀라고. 오늘은 일 안 해도 되냐?"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웃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야!"
키라리는 대답하고 나서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저, 저기, 그래서 말야, 우리들 부도 문화제에서 밴드 할거야. 그렇지! 저, 혹시 괜찮으면 좀 가르쳐 주면……."
"뭐어?"
상대방은 호들갑스럽게 놀란 척을 하면서,
"너희 같은 애들이 록을 할 수가 있겠냐? 잠꼬대는 자면서 하시지. 아, 미안해 카시와라쨩, 이런 말투를 써버려서. 하지만 우리들은 록에 대해선 진지하게 대하고 싶거든."
"뭘 폼 잡고 자빠졌냐."
"이야~ 진짜 진쨔!"
자기들끼리 놀리면서 서로 웃는다.
첫인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해서 보류하고 있었지만, 이쯤 되니 나도 확실히 알았다. 그들은 아무래도 내게 있어서 상당히 거슬리는 타입의 사람들인 모양이다.
"응, 무슨 일이야?"
내가 뭐라고 하려는 참에 기타를 가지러 간 무라카미가 준비실에서 느릿느릿 모습을 드러낸다.
"무, 무라카미……."
무라카미를 마주보게 되자 상대는 노골적으로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
키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완력도 있는 무라카미는 1학년 무렵부터 호걸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언동으로 인해 타인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남학생들에게 널리 두려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본인은 자기가 친구를 사귀는 게 서툰 불우한 소년이라고 비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실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세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정으로 인해 무서워하는 것 뿐이다.
"허가도 받았고, 이유 없이 악기를 만지는 것도 아니다. 뭐 문제라도 있냐?"
무라카미는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그렇게 말하지만, 경음부 일행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지는 알겠어. 부활동을 위해 연습하고 싶은 거라면 할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치에 누나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나갈게."
치에 누나가 그렇게 말해서 상대방도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
"오, 말이 통하잖아. 그런 여자애가 좋더라."
그 녀석은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럼 정리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우리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너희들, 정말 밴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 중 한 명이 무라카미를 살짝 의식하는 듯 하면서도 건들거리는 어조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럴 생각이라고 대답하자,
"그럼 말야, 승부하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승부?"
치에 누나가 되묻는다.
"그래, 우리들도 매년 문화제에서 연주하고 있는데, 그냥 연주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문화제의 전시물은 모든 학생이 투표를 해서 순위를 결정하잖아. 그 투표수로 승패를 정하는 게 어때?"
"그런 거, 별로 우리들은……."
키라리가 말하려는데,
"자신 없냐? 뭐 어쩔 수 없겠지. 어차피 여자들 뿐이어서야,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애들 장난 같은 밴드로……."
자신감을 되찾아서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남학생에게,
"하자. 승부해 보자고."
라고 대답한 건 무라카미.
"잠깐만, 넌 스테이지에 서지 않을 거잖아. 그리고 승부 같은 걸 해 봤자 어쩌라고. 우리들은 부 최후의 기념으로……."
난 그렇게 말했지만,
"청춘이란 건 말야, 라이벌이 있어서 절차탁마 해 나가는 거다. 싸움이 있는 쪽이 절대로 학생다운 좋은 추억이 남을 거다. 야, 이 순간도 청춘인 거다."
뭔지 모를 이론이다.
"하지만……."
"좋아, 하겠어."
치에 누나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표정에는 그다지 드러내지 않지만, 그녀도 상당히 열 받은 모양이다.
아마 무엇보다도 경음부 녀석들의 키라리에 대한 태도에 반발한 거겠지.
"그럼 조건을 정하자."
"조건?"
치에 누나의 말에 상대는 음흉한 얼굴로 헤헤거리며 웃고 나서,
"그렇지, 부장 언니. 이런 건 어떠셔? 우리들이 이기면 당신들의 휴일을 하루 대절하는 거야. 그리고 데이트를 말이지……."
"그런 소릴 하다니, 혹시 우리들이 이겼을 땐……."
"뭐든지 해 주지. 이기면 그 때 맘대로 정하지 그래."
"자신만만하네."
"그야 그렇지."
"그렇다곤 해도, 그래선 불공평하잖아."
내가 말한다.
"이쪽엔 메리트가 없어. 너희들한테 시키고 싶은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어. 이걸론 조건 성립이 안돼."
"넌 가만히 있어. 우리들은 여자애들한테 물어본 거거든?"
"어이."
그 때 무라카미가 목소리를 냈다.
"…….뭔데?"
약간 기가 눌려서 상대가 대답한다.
"문득 신경이 쓰여서 그런데, 혹시 지면 나도 너희들이랑 데이트를 해야 되는 거냐?"
무라카미가 말하자, 상대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나서 말했다.
"너랑 마에지마는 됐어."
"아쉽군……."
무라카미가 중얼거렸다.
뭔가 문제 있는 발언을 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못 들은 셈 치기로 했다.
상대는 기분을 다잡고 말했다.
"그래서 어쩔래? 결국 할 거야 안 할 거야? 여기까지 말해놓고 설마 내빼진 않겠지?"
"하겠어요."
이번에 그렇게 말한 건 의외로 카시와라였다.
진지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왜 그렇게 모두 혈기왕성한 거야?
"오우, 카시와라쨩. 과연 뭘 좀 아네. 아니면 사실은 우리들이랑 데이트 하고 싶었어?"
상대는 씨익 웃었다.
"하지만, 의외의 수확이 생겼는데. 당신, 이스루기 양이랬지? 무지 내 타입이거든. 좋은 데이트 계획 짜 놓을게. 시이노는 흥미 없지만……뭐, 어떻게든 재미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너, 혹시 따돌림 당했었어?"
복도로 나오자마자 나는 키라리에게 물었다.
"에, 그건……."
"그랬어? 키라쨩?"
카시와라도 묻는다.
"아니, 저기, 따돌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놀림 받았던 적이 있어서……."
키라리는 머뭇거리면서 말끝을 흐린다.
"뭐든지 말해줘. 나는 시이노의 힘이 되어줄게."
무라카미가 큰 몸을 시이노의 시선 아래까지 수그려서 올려보듯이 하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냐. 그리고, 내가 이상한 애라서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시이노……."
무라카미가 걱정하며 묻지만, 키라리는 그 이상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참, 정말 싫은 사람들이야. 속이 답답해진다니까."
치에 누나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도 동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승부라던가 하는 건 성급했던 것 같은데. 그런 약속 안 해도 앙갚음을 할 거라면 그거 말고도 얼마든지 괴롭혀줄 방법이……."
그런 내 말을 끊고서.
"괜찮아요."
카시와라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키라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요. 저, 저 사람들이 싫어요."
왠지 카시와라가 무섭다.
"시카노스케, 네 특기인 치사한 방식 말고, 여기선 정정당당하게 이겨야 되는 부분이야."
치에 누나는 심한 소리를 했다.
"치사하다기 보다, 나는 합리적으로……."
"어쨌든 이기면 되는 거야, 이기면."
치에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좋았어, 힘내자고-!"
혼자 기합을 넣고 주먹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늦어진건 바쁜 탓도 있지만 의욕저하도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뭐, 중간에 내팽개치는 일은 없을거라 봅니다.
모 게임도 완전번역까지 3년이 걸렸던 저입니다만...
그리고 다음날 방과후, 우리들은 다시 부실로 모였다.
오늘은 밴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어제 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 뒤의 토론에서 우리들은 밴드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키라리와 나는 이전에 라이브 하우스에서 본 정도밖에는 모르고, 카시와라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팝 뮤직 전반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
치에 누나는 일반인 수준의 지식은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도 그저 알고 있다는 정도로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멤버는 나를 포함해 밴드라던가, 록이라던가, 펑크라던가, 그런 것에 대한 이해도 지식도 세상의 표준 이하였던 것이다.
자신들이 할 거라면 하다못해 최저한도의 지식 정도는 없으면 안되겠지.
이런 생초보들만 가지고서 밴드를 한다니, 무모한 짓이다. 잘도 밴드를 하겠다는 말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다.
이 학교의 문화제는 7월, 여름방학 전이다. 지금부터 연습을 해도 4개월 약간 안되는 정도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얼마만큼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뭐, 일단 하기로 한 이상 해보는 수밖에 없다. 나도 이렇게 실제로 시작된 이상은 각오를 다지고 해볼 생각이다.
다른 일행도 힘들다고 해서 돌이킬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어, 그녀들의 경우엔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기분도 안 드는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오늘 우리들에게 밴드라던가 하는 것을 가르쳐줄 강사로서 무라카미를 초빙했다.
아니 초빙했다고 하는 것은 그리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화제에서 밴드를 한다는 얘기를 꺼냈더니, 부디 펑크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해달라고 자청한지라 시켜주게 된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아니라 초대받지 않은 강사라고나 할까.
본래는 그 자신도 밴드 멤버로써 참가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바둑부에 현역 소속되어있는데다 그쪽의 전시물로도 힘에 벅찬데 겸임으로 제 2문예부의 전시물에 참가할 수는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다.
그래서, 하다못해 강사라도 하게 해달라고 청해온 무라카미. 확실히 정보수집능력과 그 끈질긴 정열에는 정평이 나 있는 그였지만, 실제로는 라이브조차 보러 가본 적이 없는 생초보인 것이다.
나는 불안했지만, 본인은 그런 사정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지, 무척이나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해 온 자료를 늘어놓고 있다.
자리에 앉아 드디어 시작되려나 하는 시간에 되자, 치에 누나도, 카시와라도, 키라리도 모두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저 낙천적이기만 한 건 아니었나 보다.
그에 비해서 뒤에 앉은 2학년의 2인조는 어지간히 편안한 태도로 아까전부터 잡담을 나누고 있다.
진짜 뭐 하러 온거야?
말을 걸려다가 나는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이름은 뭐야?”
“저희들이요?”
“마이랑 미유키예요!”
기운차게 대답한다.
“누가 마이고 누가 미유키?”
“그런건 어찌되든 상관 없잖아요!”
“이름 같은걸 알아서 어쩔 속셈이세요? 엉큼하긴!”
영문을 모를 소릴 하고서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놀림을 당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녀들의 상식은 내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것일까?
“하아...”
어느쪽이든 간에 내가 뭐라고 말할 기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하여 무라카미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가슴을 펴고 교탁에 선 무라카미.
여유작작한 태도. 도저히 책이나 TV만으로 공부한 녀석이 앞으로 강의를 시작하는 태도라곤 생각할 수 없다.
이 경지에 이르면, 왠지 존경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니까 신기한 일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교탁은 일부러 옆 교실에서 가져온 것이다.
선생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겠지.
"먼저 질문을 하겠다."
무라카미는 잘 울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펑크를 하기로 했는데, 펑크는 록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먼저 너희들이 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럼, 에~또, 시이노 군."
완전히 교사 기분에 젖어 키라리를 지명했다.
"네!"
키라리는 순순히 일어섰다.
"록은 어떤 음악이라고 생각해?"
"일렉기타나 그런 악기로 하는 음악이요!"
그러자 무라카미는 팔짱을 끼는 포즈를 취하고는,
"으~음, 확실히 록이라고 하면 일렉기타라고 할 만큼 상징적인 악기지만, 지금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좀 아니다."
"실망."
"이스루기 양은 알겠어?"
"으~음...분명, 록은 8비트라고 했던 것 같은데…"
치에 누나는 앉은 채로 대답한다.
"응, 그건 틀리지 않아. 분명히 정통 로큰롤의 음악적 특징으로는 8비트를 꼽을 수 있지. 하지만 왜 8비트인지 알고 있어?"
"그건 모르지만…그 이전에, 이유 같은 게 있나요?"
왠지 존댓말로 물어보는 치에 누나.
"그건 말이지, 로큰롤의 모체가 된 R&B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지."
"R&B는 흑인음악 아니야? 록은 백인이라는 느낌인데…"
"저기 말야, R&B는 리듬 앤 블루스잖아. 블루스는 아마 흑인음악이었지?"
내가 치에 누나의 말에 덧붙여 말한다.
그러자 무라카미는 감탄했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호오, 마에지마가 그런 것도 알고 있었나? 그래, 얼마 전에 R&B가 유행했었으니까. 어차피 TV에서 본 거겠지?"
너도 지금 바로 이 장면에서 조사해온 걸 그대로 읊고 있을 뿐이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옆길로 빠질 것 같았으므로 가만히 있어 주었다.
무라카미는 내 속마음 같은 건 모른 채 웅변을 계속한다.
"로큰롤이라는 것은 처음에 흑인 음악인 리듬 앤 블루스나 블루스에 백인음악인 컨트리가 섞인 것에서 태어났어. 그러니까 음악적으로는 당연히 R&B와 닮아 있고, 초기 록의 노래 중에는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구별하기 힘든 음악을 구별할 때에, 흑인이 하면 R&B, 백인이 하면 록이라는 단순하게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예외는 있지만 말야. 하여튼, 지금도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는 거겠지."
"흐으음, 음악의 장르란 건 음악성 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닌가 보네."
치에 누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그야 그렇지. 애초에 항상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대중음악에 정확한 장르를 지정한다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고객층을 가리기 위한 편의적인 것들 뿐이다. 예를 들면 말이지, 지금 일본에선 팝스랑 록은 거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는데 하드록은 다른 코너에서 팔거나 하잖아? 그것은 팝스랑 록은 구매자층이 거의 동일하지만 하드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잘난 척하며 말하고 있지만, 도저히 내가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게 주워들은 말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장르에 명확한 기준은 별로 없는 거야. 그러니까 같은 밴드라도 잡지나 매체에 의해서 다른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지. 실제로 이미 록이란 것은 온갖 방법으로 해체되어 버린지 오래라, 특별한 장르가 아니게 되어버린 점도 있겠지만."
"뭔가 복잡한 얘길 늘어놓으니 잘 모르겠는데. 결국 무슨 소리야?"
귀찮아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렇군…"
무라카미는 생각에 잠긴다.
"좀 한 마디로 록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줘."
나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말했다.
"음,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테마지. 그건 그렇고 좋은 질문이군. '무엇이 록이냐?' ……음, 심오해."
무라카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로선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생각하건대, 오늘의 테마가 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쩌면 정말로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부터 밴드 활동을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악기의 구성이나, 효율적인 연습법이나, 우리들이 앞으로 해야 할 행동에 도움이 될 지식들 말이다. 이런 데서 지금 무라카미가 이야기하려는 추상적인 내용을 배워봐야 쓸데없는 일일 것 같다.
"그건 기분 탓이다."
내 의견에 무라카미는 즉시 단언한다.
"본질을 모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냐? 애초에 테니스를 할 때도 테니스라는 게임의 본질을 모르면 전술도 의미가 없고 시합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지겹도록 설교해댄 건 너 아니었냐?"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테니스를 하던 때의 무라카미는 상대보다 강력한 타구를 상대보다 정확히 칠 수 있으면 이긴다, 잔재주는 필요 없다,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 말을 해도 말이지, 마에지마. 나는 밴드 활동 같은 건 해본 적 없으니까, 실전적인 지식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납득했다.
"그럼 이 모임 자체가 의미 없잖아.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바보같은 소리 마. 나에겐 록에 대한 애정이 있다. 너희들은 문화제에서 밴드를 한다고 하는데, 최저한의 지식도 모른 채 하겠다니 나 같은 팬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냐? 애초에 그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연주를 할 생각이냐고."
"뭐, 그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으~음, 나는 엄청 재밌는데. 좀 더 이야기 해줘."
키라리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과연 시이노다. 뭘 좀 아는군."
무라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초에 마에지마가 나한테 큰소리 칠 입장이냐? 내가 밴드에 권유했을 때는 거절한 주제에 이런 걸 하고 있잖아. 사실 나는 스스로 밴드를 하고 싶었다고."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그럼 얌전히 듣고 있어."
순 억지다.
"그렇다면 무라카미 군도 밴드에 참가할래?"
치에 누나가 말하자,
"고마운 제안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 너희들이 제 2문예부로서 문화제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문화제 날에는 바둑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완수해야 되니까……. 그러니 제군들에게는 내 정신만이라도 이어받아……"
"바둑부는 뭘 할 지 정해졌어?"
"여장 대국"
무라카미는 사나이답게 딱 잘라 말했다.
"그거 참……힘내라."
내가 무라카미에게 지어 보인 미소는 굳어져 있었을 것이다.
"내 사정은 됐어. 그보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지."
무라카미는 교탁의 좌우를 양손으로 꽉 붙잡고서 몸을 내밀고 우리에게 질문했다.
"아까전의 질문을 각도를 바꿔서 다시 묻고 싶다. 너희들이 지금 록이란 말을 듣고 떠올린 이미지는 뭐지? 록스러운 느낌, 이라도 좋아. 어때, 마에지마?"
"갑자기 나?"
"응. 갑자기 너."
"……에또……잘은 모르지만 이성관계가 화려하고, 문제만 일으키고, 마약이나 술에 쩔어 살고, 그리고 폭력? 그런 과격하고 무뢰한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에, 록이란 건 그런 건가요?"
카시와라가 놀라서 끼어든다.
"카시와라는 록 같은 것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을 테니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무라카미가 말하자,
"아니요, 저어, 일렉기타 같은 것을 쓰는 음악이지요? 그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 음악이었을 줄은……"
"그게 말이지. 그런 음악이란 말이다. 섹스, 드러그, 바이올런스라는 키워드가 록에는 있단 말이지."
무라카미는 잘도 이런 얘길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할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카시와라는 싫어해?"
무라카미는 진지하게 묻지만, 그 키워드가 싫지 않다고 이 자리에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여자는 상당히 소수파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시와라는,
"조금 놀랐지만 괜찮아요. 힘내볼게요."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될 것을, 하고 나는 생각했다.
무라카미는 수습하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뭐, 그치만 모든 록 뮤지션이 반사회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안심해. 따뜻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것도 훌륭한 록이니까."
"그래?"
키라리가 묻자,
"물론 그렇지. 록은 그렇게 속 좁은 음악이 아니야."
무라카미가 딱 잘라 대답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좋아. 하지만 그것이 록이 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지켜야만 할 룰이 있다. 이것은 절대적인 법칙인데, 분명 이것이 있는지 없는지가 단순한 유행가와 록을 구분 짓는 거야. 그것은 흔히 사용되는 말이 되지만……말해도 괜찮아?"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내가 말했다.
"그렇지. 즉, 록이라는 것은……."
무라카미는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는다.
"……뜨거운 하트다."
무라카미가 도취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동은 침묵. 어떤 의미의 침묵인지는 알리라 믿는다.
그러자 무라카미는 눈을 뜨고,
"모르겠어?"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동의를 요청했다.
우리들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음."
무라카미는 갑자기 불만스런 얼굴로 변해 미간에 주름을 짓고서,
"이상하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감동했었는데……."
역시 이 말도 전해들은 것이었나 보다.
"아아, 내 정열은 역시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건가. 아니, 아니야. 이건 이 녀석들에게 정열이 없기 때문이고……."
무라카미는 왠지 성가신 소리를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아, 뭐, 대충 느낌은 와. 록이란 건 왠지 땀내나는 느낌이니까."
치에 누나는 무라카미를 달래듯 말한다.
"저도, 느낌만이라면……."
카시와라도 중얼거렸다.
"그, 그럼 나도!"
키라리, '그럼'은 뭐냐?
"정말? 마에지마는?"
"아-, 응, 알아 알아."
"그럼, 거기 2학년 애들은?"
"저희들도!"
"알아요!"
"그런가, 그럼……."
무라카미는 전원을 쭉 돌아보면서,
"……들려줘. 로큰롤이란 뭐지?"
"뜨거운 하트"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전원의 목소리가 합쳐졌다. 무척이나 의욕 없는 목소리였지만. 하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니 어쩔 수 없잖아.
"오오……."
무라카미는 그런데도 감동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뭐, 록은 그걸로 됐으니까 펑크라는 건 뭔지 알려줘. 빨랑. 그것도 오늘의 목적이잖아? 빨리 주제를 진행하라고."
내가 말했다.
"너, 사람이 감동하고 있는 자리에 물을 뿌리고……."
투덜거리면서 무라카미는 화이트보드에 준비해온 두 장의 포스터를 붙인다. 왼쪽은 옛날 SF에 나오는 초능력자 같은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을 한 남자들이 찍혀 있고, 오른쪽은 가죽점퍼에 청바지를 입은 4인조 청년들이다.
"록이라는 것이 뜨거운 하트라는 것은 제군들이 감동과 함께 이해해 준 대로지만……."
그 말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뭐 얌전히 있기로 한다.
"펑크는 그 뜨거운 하트 중에서도, 특히 '분노'를 중심으로 해서 태어난 장르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어디서 얻은 건지,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건지, 신축식의 지시봉을 쭉 뻗어서 포스터를 가리켰다.
"펑크가 태어난 것은 1970년대다. 최초의 움직임은 먼저 뉴욕에서 일어나서…"
중략.
"……당시의 록은 복잡화하여, 세밀하고 난해한 음악이 되어 대중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거기서 태어난 것이 라몬즈로, 그들의 심플한 악곡과 엄청나게 빠르고 과격한 연주가 길고 복잡한 과거의 음악을 몰아낸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냐면……."
중략.
"…….그리고, 드디어 영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는데, 당시 영국의 사회적 상황과 겹쳐 펑크록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젊은이들의 사회적,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해 나간다."
거기서 무라카미는 일단 봉을 놓고 우리들 쪽으로 돌아섰다.
오래도록 강의를 듣게 된 우리들은 이미 그로기 상태였다. 키라리만이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이, 나로선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무라카미의 강의는 일반인 치고는 대단한 편이었다.
그건 틀림없는데, 뭐라고 할까, 정열이 지나쳐서, 게다가 이쪽에게 일일이 공감을 요청하기 때문에 정말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펑크는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사상이 된다. 다음은 준비해 온 포스터를 봐줬으면 하는데……."
무라카미는 용서 없이 계속하려 한다.
"야, 이제 됐잖아? 피곤해진다."
내가 필사적인 저항으로 그렇게 말하자, 무라카미는 불만스런 얼굴을 했다.
"이제부터 좋은 장면이란 말이다."
"그런 말 해봤자, 이런 상태에서 들어도 머리에 안 들어가."
"그럼 휴식할까."
"저기, 그보다도……."
치에 누나가 소리 내어 말한다.
"역시 말이지, 음악이란 건 말이나 그림자료로 설명해봤자 영 와 닿질 않는 점이 있단 말야."
"확실히 그건 그렇지."
그리고 무라카미는 DVD의 자켓을 잡아서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일단 준비는 해왔어. 한 차례 설명이 끝나고 나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예정을 변경하지."
"그럼 처음부터 그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불평하는 소릴 낸다.
"뭐, 그런 말 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알아줬으면 해서다. 지식을 얻은 뒤에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무라카미는 DVD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배급사의 로고가 화면 가득 보여진다.
"오, 영화예요?"
"앗싸~드디어 올게 왔네요!"
2학년 2인조, 마이와 미유키가 입을 모아 환성을 지르고, 그리고 앞쪽 자리로 이동한다. 이 두 사람, 방금 전까지 잠들어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도 잘 안 보이면 앞으로 와줘."
무라카미는 메뉴 화면에서 일단 정지시키고 그렇게 지시했다.
"이건 당시의 밴드 라이브 영상과 에피소드를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굉장하다고. 나는 이걸 보고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가슴이 타올라서 밴드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거다. 이게 내게 있어서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거지……."
마치 성공한 뮤지션이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면서 입에 담을 듯한 대사를 감회 깊게 말하는 무라카미.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가까이로 의자를 옮겨서 어깨를 붙이고 앉았다.
무라카미는 부실의 조명을 끄고 영상을 재생시켰다.
쟈쟈쟈쟈쟈쟈쟈~쟝, 하는 기타 소리와 함께 영상이 시작된다. 먼저 그곳에 비치 것은 라이브 영상이었다.
그리 넓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라이브하우스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카메라의 위치가 조금 낮은지 스테이지 위의 사람은 폴짝폴짝 뛰는 관객들의 그림자에 가려 보기가 힘들었다.
인파 너머에 보이는 인물. 정면에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보컬인 것 같다. 깡마른 동안의 백인남성은 흰 셔츠를 입고 노래하고 있는데 그 머리카락 색이 선명한 오렌지색이었다. 내가 그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연상한 것은 'STAR GENERATION'의 야기하라 씨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멋있네."
옆에서 치에 누나가 속삭이는 말이 엄청 가깝게 들려온다.
만약 마주보려고 하면 얼굴이 부딪칠 정도로 붙어있다. 반대편에 앉은 카시와라도 똑같이 가깝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는 엄청 여자애들이 밀집되어있는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좋은 냄새가 풍겨오니 신기한 노릇이다. 이것은 누구의 냄새일까. 향수 냄새는 아니다. 각자의 냄새가 혼연일체가 되어 생겨나는 것일까. 어질어질하다.
괜히 의식하게 되어 긴장으로 숨이 막혀왔다. 이런 관계없는 때에 부끄러운 이야기다.
대각선 앞에 앉은 키라리가 눈이 빠져라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시야 구석에 비쳤다. 나도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에 화면에 의식을 집중시킨다.
한번 라이브 하우스에 갔다 온 덕인지, 이제부터 자신들이 하기로 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영상은 여태까지 TV에서 본 적이 있을 텐데도 평소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첫 주제로 다뤄진 것은 'SEX PISTOLS'라는 영국 밴드였다. 외국인 치고는 어리게 보이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실제로 엄청 젊은 걸지도 모른다.
화면의 중심에는 아까 전 노래했던 오렌지색 머리의 보컬이 비치고, 화면 밑에는 그의 이름 '조니 로튼' 그리고 괄호 치고 존 라이든이라고 써 있었다. 읽는 법이 두 가지인 모양이다.
그는 의역하자면 "난 반 기독교 주의자다,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라네." 라고 하는 매우 비건설적인 의미의 영어 노래를 웃으면서 열창하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학교는 미션 스쿨이다. 부지 내에는 예배당이 있고, 우리들은 매일 아침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어 있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이 일단은 신성한 교육의 전당에서 안티 크라이스트니 하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이 부조리함에 뭐라 할 말이 안 나온다.
가사도 쇼킹했지만, 연주도 심각하다. 하여튼 엉망진창이라, 음악과 소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라이브는 성황이었다. 지나칠 정도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관객들은 펄쩍 뛰거나 몸 전체를 격렬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전체적으로, 소리도 영상도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보내는 우리들에겐 조금 충격이 컸다.
제 2문예부실 안의 소녀들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두 2학년생은 무서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카시와라는 난해한 것을 보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치에 누나는 포커 페이스, 키라리는 흥미있어하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두근거리며 양 주먹을 쥐고서.
무라카미는 팔짱을 끼고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이 전에 갔던 라이브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것이 외국이고, 게다가 오래 전의 영상이지만 분위기는 그 때와 겹치는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이것 만큼 과격하진 않았고, 좀 더 음악다웠지만, 뭐라고 할까,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 매우 닮아있었다.
그 분위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정열로 가득 찬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감화되기 쉬운 타입인 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이상한 공간을 보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설령 그것이 혐오감일지라도.
그렇게 무엇에 대한 변명인지도 모를 논리를 생각하고 있다 보니 장면이 바뀌었다.
배 위에서 아까 전의 멤버들이 뭔가를 떠들고 잇다.
이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25주년 기념일의 영상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 날 템즈 강에 배를 띄우고 각지에서 방송금지를 당한 여왕을 비하하는 의미의 곡을 노래했다고 한다. 모두들 술에 취해서 정말 즐거워 보인다.
이런 장난을 쳐도 되는걸까, 하며 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여서 배에서 내려온 후 체포당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영국 내에서 맹렬한 반대를 받았다고 한다.
역시 나쁜 짓이구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여왕이란 소릴 들어도 일본인인 나는 영 와 닿질 않는다.
앞에 앉아있는 치에 누나의 등을 찌르면서,
"일본으로 치면 고귀하신 분(천황)을 모욕하는 노래를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거랑 비슷할까?"
라고 물었더니,
"그럴걸."
하고, 조심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 참 엄청 무시무시한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영상은 그 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취한 채 TV에 나와서 방송금지 용어를 연발하거나, 레코드 회사에서 순식간에 해고당하거나.
하여튼, 그들은 온갖 소동을 부리고 다닌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것이 오히려 그들의 지명도를 높여서 노래는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니까 세상 일이란 건 잘 모르겠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서 이 밴드의 팬이 인터뷰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그 팬이란 게 또 심각했다.
희멀건 얼굴에 뒤룩뒤룩 살이 쪄 있고, 눈썹이나 입술에 두꺼운 피어스를 박은 사람이나, 영양실조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깡마른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유령처럼 말하거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끝마다 '최고다!'라고, 묘하게 번뜩이는 눈으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마약이나 술에 쩔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모습. 아마 실제로도 그렇겠지.
이건 일종의 호러 같아서, 이 광경은 꿈에서 나올 지도 모른다. 진짜 펑크 팬이라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그렇게 'SEX PISTOLS'의 공연이 끝나고, 다른 밴드가 등장한다.
어떤 밴드는 피차별적인 대접을 받은 이민자의 활동에도 참가해서 사회문제에도 접근했다는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그 대결자세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카리스마적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밴드의 보컬은 무덤 파는 사람에서 펑크 록커로 전직했다고 한다. 무슨 미국 프로레슬러 같은 경력이다.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가 라이브 씬을 중간에 끼워 넣으며 화면 가득히 자극적으로 전개되어 간다.
나타나는 하나 하나가 과격하고 자극적이어서 마치 조금 소란스런 도깨비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여튼 모든 것이 진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아니, 일반적으로 말하면 거의 대부분 나쁜 걸지도 모른다.
영상이 끝나고 조명이 다시 켜지자, 의도치 않게 모두의 한숨이 겹쳐졌다.
내 몸은 왠지 나른한 것이 막 수영장에서 나온 것 같았다.
"어때, 굉장했지."
무라카미는 만족스럽게 말했지만, 누구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왜, 말도 안 나올 정도냐?"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는 웃었다.
"저기……."
입을 연 사람은 카시와라였다.
"왜 저 사람들은 스테이지에서 손목을 긋거나 악기로 사람을 때린 걸까요?"
실로 소박하고도 당연한 질문이었다.
"아니, 그건, 분명 이런……아마도, 무언가 음악적인 충동이 온몸을 충동질해서. 그래, 분명 분노일 거야. 분노가 그를 움직인 거지."
무라카미는 살짝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죄송해요. 역시 이상하게 느껴지는데요, 그것은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요?"
"에-또, 그건 아마, 이 세상, 이려나……?"
무라카미의 시선이 방황하고 있다.
"아프지 않나?"
내가 말하자,
"그야 아플 것 같지."
무라카미가 대답했다.
"…….그런가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저런 짓을 해서 자신을 상처 입히다니……. 이해하기 힘든 문화로군요."
그렇게 말하고 카시와라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다시 제 2문예부실은 정적을 되찾았다.
"뭐, 너희들도 밴드를 하겠다면 이런 뜨거운 느낌의 스테이지를 목표로 해야지."
정적을 참지 못하고 무라카미가 입을 열었다.
"저, 자해행위는 좀……."
"선생님에게 야단맞을 것 같아요."
2학년 여자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린다.
"응, 물론 본 것 그대로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 그러니까, 열정 같은 부분을 본받아서……."
둔감한 무라카미도 우리들의 반응이 너무 예상과 달랐는지 변호를 시작했다.
"재미있었어!"
그 무라카미의 말을 가로막고 키라리가 쌓아놓고 있던 감정을 드디어 내보내듯이 말했다.
"에?"
어리둥절해 하는 무라카미.
키라리는 기쁜 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다.
"재미있었어. 빨리 하고 싶은데. 우리들도 이런 식으로 손님들을 흥분시킬 수 있을까나?"
"뭐 확실히 굉장한 열기이긴 했지만."
치에 누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져있다.
"문화제의 스테이지에서 이걸 그대로 하는 건 여러 면에서 위험할 것 같고, 솔직히 무리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지?"
"으, 응. 기분만이라도 받아들여준다면."
무라카미는 완전히 저자세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요~, 여름까지밖에 시간이 없는데요?"
"그래가지고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마이&미유키가 걱정스레 말하지만,
"이 사람도 라이브 씬에선 그다지 제대로 된 연주를 하지 않았잖아. 왠지 안심했어. 술 마시고 난동부리기만 해도 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할 수 있겠는데."
내가 말하자,
"문화제에서 술 같은 걸 마셨다간 퇴학 당하잖아."
치에 누나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살짝 웃었다.
"하지만 그 말대로야. 하여튼 자신을 가지고 해야 돼.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그걸 전하고 싶었던 거다."
정말인지 그냥 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무라카미는 감개무량한 듯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연주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장벽은 아닌 것 같네. 단, 연주 이외에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장벽 같지만."
치에 누나는 농담조로 말한다.
"그러네요.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악기로 손님을 때리기로 할게요."
카시와라는 방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해보자! 힘내서 손님들을 잔뜩 때려주자!"
카시와라의 말을 따라 진심인지 농담인지 키라리가 기운차게 말했다.
그렇게 사기가 높아졌다, 는 이유는 아니지만 모처럼이나 악기를 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우리들은 그 뒤 바로 열쇠를 빌려 음악실로 향했다.
해가 질 무렵, 창문에선 오렌지색 빛이 비쳐 들어와서 전형적인 방과후의 풍경이 된 방으로 발을 들인다.
나는 선택수업에서 음악을 선택한 적이 없어서, 실은 음악실에 발을 들이는 것이 입학한 이래로 이게 처음이다.
준비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악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학생에 따라서는 3년간 한 번도 볼 가능성이 없는 이 장소에 이렇게 충실한 기재가 갖춰져 있다니, 의외로 윤택한 학교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선반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 나와는 관계없이, 키라리 및 다른 사람들은 악기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오~ 탬버린!"
"시이노 선배, 이쪽에는 트라이앵글이 있어요!"
"선배, 여기엔 마라카스가!"
"오~!"
키라리와 2학년생들이 차락차락거리는 것을 제쳐두고, 우리들은 먼저 밴드의 구성을 생각하기로 했다.
"4명이서 펑크 밴드를 할거라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 왕도적인 구성이지. 게임으로 치자면 용사, 전사, 승려, 마법사 같은 거다."
무라카미는 책상 위에 대학 노트를 한 장 펼쳐놓고 샤프펜슬로 Vo, G, B, Dr이라고 썼다. 각각이 파트의 이니셜에 대응되는 거겠지.
"적은 인원이면서 신디를 쓰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구성이 좋지. 그렇다면 이런 식이 될 것 같은데...어때?"
"나는 그게 기본이라는 점이 납득이 안 가."
"뭐야 마에지마, 선호하는 편성이라도 있는 거냐?"
"그래. 나는 전사 대신 무투가를 넣거든."
"그쪽 얘기였냐."
"생각해봐, 무기 값이 절약되잖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전자오락."
"지금이랑 관계 없는 그런 얘긴 됐어."
"그렇다고 해도 이 스타일이 꽤 중요한 거라……."
"저기,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카시와라가 조심스럽게 발언한다.
"저, 피아노라면 조금 경험이 있는데, 밴드에는 그런 게 없나요?"
그 질문에 무라카미가 답한다.
"키보드를 쓰는 방법도 있어. 그렇게 하면 보컬이 기타도 겸하게 될걸. 하지만 그 경우에는 연습에도 스테이지 위에서도 보컬의 부담이 상당히 증가하게 돼."
"그건 말하자면 이런 거야? 용사한테 회복마법을 맡기고 승려가 다른 직업으로 전직하는 셈인가?"
"이제 그 쪽 이야기는 그만 좀 해."
치에 누나가 살짝 화를 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포기하는 게 좋겠네요."
카시와라는 납득한 것 같다.
"그럼 대강 방침이 정해진 것 같으니, 실제 악기를 보고 담당할 악기를 정하자. 모처럼 여기 왔으니."
치에 누나의 그 제안에 따라 우리들은 준비실에서 각자 악기를 찾기 시작했다.
"드럼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무라카미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지만, 그런걸 물어봐도 여기서 그걸 아는 인간은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모든 악기를 갖출 수 있었다. 금속부분이 들이비치는 석양에 의해 눈부시게 번쩍인다.
"이건가~, 정말 연주를 할 수 있으려나."
새삼 악기를 마주하고 나니 나는 갑자기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악기에는 뭔지 모를 손잡이가 붙어있거나 해서,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누구 하고 싶은 악기 있어?"
치에 누나가 묻자,
"나, 이게 좋아!"
키라리는 드럼을 가리키고, 그 중앙에 있는 작은 북 같은 것을 철썩 하고 손바닥으로 쳐서 소리를 내고서 웃었다. 만족스러워 보인다.
"드럼 하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럼 키라리가 드럼으로 결정이네."
"앗싸~!"
키라리는 기뻐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결정해 버려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정해야 좋은 건지도 모르지만 말야.
"다음...캇시는 희망하는 악기 있어?"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카시와라는 평소와 같이 정중한 어조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 근데 너 그러고 보면 피아노도 배웠지만 바이올린도 배웠다고 했지?"
"네."
"그럼 현악기가 나으려나. ……기타랑 베이스 중 어느 쪽이 좋아?"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으-음, 그럼 먼저 시카노스케의 희망을 들어볼까?"
"나는 뭘 하고 싶다기 보다는…"
남은 건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보컬인가.
보컬은 노래를 부르는 거잖아? 그건 밴드의 얼굴,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이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악기도 그렇지만 노래는 그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타나 베이스를 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히 칠 수 있는 쪽을 고르려고 생각했는데, 두 악기가 너무 닮아서 나는 어느 걸 골라야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기보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어느 쪽이 어느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베이스랑 기타도 구분이 안 가는데. 이건 뭐야?"
"그건 베이스다."
무라카미가 즉시 대답한다.
"잘 아네."
"현이 4개인게 베이스고, 6개인게 기타라고 기억하면 돼. 하지만 세상에는 6현짜리 베이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나도 구별이 안 된다."
"그렇구나. 하지만 현의 수가 같다면 다음은 뭐가 다른 거지?"
"아마 소리가 다르겠지."
"뭐, 그건 그렇겠지만……. 그러니까, 배우기가 쉽다던가, 초보자는 어느 걸 고르는 게 좋다던가 하는……."
"그런 건 나도 몰라. 현이 적은 쪽이 간단한 거 아니냐?"
라고 무라카미가 말한다.
이 때는 몰랐었지만, 이게 초보자가 착각하기 쉬운 점 중에 하나로서, 일반적으로는 베이스 쪽이 다루기 힘든 악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 착각이 나의 앞으로의 밴드생활을 결정지어버린 것이다.
"…….그럼 베이스가 좋겠네. 가장 수수해 보이고. 카시와라 양은 기타를 하면 안될까?"
"아, 네, 괜찮아요."
그리고 나는 베이스를 잡고서, 잠시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보았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러면 남은 파트는……엑, 보컬?"
마지막으로 남은 치에누나는 이름을 적은 종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 치에 누나라면 적임인데. 딱 맞네."
"너, 날려 버린다."
실눈을 하고 노려본다.
이 대화에는 속사정이 있다. 뭐든지 척척 해내는 치에 누나지만, 노래만은 질색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심각한 음치인 건 아니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그 어중간한 음치가 오히려 용서가 안 된다는 듯, 그녀는 예전부터 노래를 해야만 할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매우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걸 계기로 약점을 극복하자고."
"으-음."
치에 누나는 생각한 끝에,
"키라리쨔~앙."
간드러진 목소리로 키라리를 불렀다.
"왜?"
"드럼 그만두고 보컬이 되어 노래해보지 않을래?"
"에~, 그치만, 나 마구 두들기고 싶은데……."
큰북을 양손으로 감싸안은 채 키라리가 말한다.
치에 누나는 그런 키라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좋은걸 가르쳐줄까? 보컬은 말야,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인기가 있고, 게다가 놀랍게도 악기 값이 공짜!"
"에, 정말? 공짜야?"
키라리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치에 누나는 씨익 웃는다. 어쩜 저런 사악한 미소가 있는지.
"진짜야 진짜, 이런 건 보컬 뿐이라니깐. 이동할 때도 짐이 필요 없고. 키라리는 자주 물건 잊어먹잖아? 키라리한테 딱 맞으니까 어떨까 하는데. 하지만, 그렇게 드럼이 하고 싶다면……."
"앗, 할거야! 할거야! 공짜라면 내가 보컬 할게!"
"그럼 키라리가 보컬이고, 나는 드럼으로……."
치에 누나는 재빨리 종이에 적었다.
"앗싸~, 보컬이다. 너무 좋아~"
속아넘어간 게 분명한 키라리는 기뻐하며 말했다.
"하지만 드럼을 서로 하겠다고 다투고 보컬을 기피하는 밴드란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무라카미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한다.
"괜찮지 뭘 그래, 어차피 문예부고. 밴드맨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사람들하곤 취향이 다를 수도 있는 거야."
내가 말하자,
"드럼이란 건 문학적인 악기였던가……."
무라카미는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각자가 자신의 파트의 악기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뭐 하는 거냐?"
4명 정도의 남학생들이 들어왔다.
우연이라고 할지 뭐라고 할지, 그들은 등에 기타 케이스를 메고 있어서, 척 보기에도 밴드 연주를 한다는 느낌이 왔다.
"아, 카시와라쨩 아냐. 오늘은 몸 상태 어때? 나 팬이거등."
학생 중 한 명이 카시와라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물러서서 치에 누나의 등 뒤로 숨었다.
"섭섭하게 구네……."
그들은 웃으면서 자신들을 경음부라고 소개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여기서 장난치는거 그만 두지 그래? 지금부터 우리들이 연습할 거니까."
"놀고 있는거 아니거든요? 또 선생님에게 확실히 사용허가도 받았고."
"넌 어디 소속이야?"
"전 이스루기입니다. 이 제 2문예부의 부장을 맡고 있죠."
"그런 부 이 학교에 있었나?"
"아니, 모르는데. 하지만 제 2문예부가 음악실을 쓰면서 경음부 연습을 방해하는 게 말이 되냐?"
그들은 동료들끼리 대화하고 있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느낌이 든다.
"바, 방해하는 게 아니야. 우리들도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서, 그래서……."
키라리가 말하는 도중에,
"너, 시이노 맞지? 방과후에 이런 데서 놀고 있어도 되냐? 가족을 위해서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겠냐?"
"아는 사이야?"
"아니, 이 녀석 작년에 같은 반이었거든. 요즘 보기 드문 근로소녀라고. 오늘은 일 안 해도 되냐?"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웃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야!"
키라리는 대답하고 나서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저, 저기, 그래서 말야, 우리들 부도 문화제에서 밴드 할거야. 그렇지! 저, 혹시 괜찮으면 좀 가르쳐 주면……."
"뭐어?"
상대방은 호들갑스럽게 놀란 척을 하면서,
"너희 같은 애들이 록을 할 수가 있겠냐? 잠꼬대는 자면서 하시지. 아, 미안해 카시와라쨩, 이런 말투를 써버려서. 하지만 우리들은 록에 대해선 진지하게 대하고 싶거든."
"뭘 폼 잡고 자빠졌냐."
"이야~ 진짜 진쨔!"
자기들끼리 놀리면서 서로 웃는다.
첫인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해서 보류하고 있었지만, 이쯤 되니 나도 확실히 알았다. 그들은 아무래도 내게 있어서 상당히 거슬리는 타입의 사람들인 모양이다.
"응, 무슨 일이야?"
내가 뭐라고 하려는 참에 기타를 가지러 간 무라카미가 준비실에서 느릿느릿 모습을 드러낸다.
"무, 무라카미……."
무라카미를 마주보게 되자 상대는 노골적으로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
키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완력도 있는 무라카미는 1학년 무렵부터 호걸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언동으로 인해 타인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남학생들에게 널리 두려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본인은 자기가 친구를 사귀는 게 서툰 불우한 소년이라고 비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실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세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정으로 인해 무서워하는 것 뿐이다.
"허가도 받았고, 이유 없이 악기를 만지는 것도 아니다. 뭐 문제라도 있냐?"
무라카미는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그렇게 말하지만, 경음부 일행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지는 알겠어. 부활동을 위해 연습하고 싶은 거라면 할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치에 누나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나갈게."
치에 누나가 그렇게 말해서 상대방도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
"오, 말이 통하잖아. 그런 여자애가 좋더라."
그 녀석은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럼 정리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우리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너희들, 정말 밴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 중 한 명이 무라카미를 살짝 의식하는 듯 하면서도 건들거리는 어조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럴 생각이라고 대답하자,
"그럼 말야, 승부하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승부?"
치에 누나가 되묻는다.
"그래, 우리들도 매년 문화제에서 연주하고 있는데, 그냥 연주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문화제의 전시물은 모든 학생이 투표를 해서 순위를 결정하잖아. 그 투표수로 승패를 정하는 게 어때?"
"그런 거, 별로 우리들은……."
키라리가 말하려는데,
"자신 없냐? 뭐 어쩔 수 없겠지. 어차피 여자들 뿐이어서야,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애들 장난 같은 밴드로……."
자신감을 되찾아서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남학생에게,
"하자. 승부해 보자고."
라고 대답한 건 무라카미.
"잠깐만, 넌 스테이지에 서지 않을 거잖아. 그리고 승부 같은 걸 해 봤자 어쩌라고. 우리들은 부 최후의 기념으로……."
난 그렇게 말했지만,
"청춘이란 건 말야, 라이벌이 있어서 절차탁마 해 나가는 거다. 싸움이 있는 쪽이 절대로 학생다운 좋은 추억이 남을 거다. 야, 이 순간도 청춘인 거다."
뭔지 모를 이론이다.
"하지만……."
"좋아, 하겠어."
치에 누나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표정에는 그다지 드러내지 않지만, 그녀도 상당히 열 받은 모양이다.
아마 무엇보다도 경음부 녀석들의 키라리에 대한 태도에 반발한 거겠지.
"그럼 조건을 정하자."
"조건?"
치에 누나의 말에 상대는 음흉한 얼굴로 헤헤거리며 웃고 나서,
"그렇지, 부장 언니. 이런 건 어떠셔? 우리들이 이기면 당신들의 휴일을 하루 대절하는 거야. 그리고 데이트를 말이지……."
"그런 소릴 하다니, 혹시 우리들이 이겼을 땐……."
"뭐든지 해 주지. 이기면 그 때 맘대로 정하지 그래."
"자신만만하네."
"그야 그렇지."
"그렇다곤 해도, 그래선 불공평하잖아."
내가 말한다.
"이쪽엔 메리트가 없어. 너희들한테 시키고 싶은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어. 이걸론 조건 성립이 안돼."
"넌 가만히 있어. 우리들은 여자애들한테 물어본 거거든?"
"어이."
그 때 무라카미가 목소리를 냈다.
"…….뭔데?"
약간 기가 눌려서 상대가 대답한다.
"문득 신경이 쓰여서 그런데, 혹시 지면 나도 너희들이랑 데이트를 해야 되는 거냐?"
무라카미가 말하자, 상대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나서 말했다.
"너랑 마에지마는 됐어."
"아쉽군……."
무라카미가 중얼거렸다.
뭔가 문제 있는 발언을 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못 들은 셈 치기로 했다.
상대는 기분을 다잡고 말했다.
"그래서 어쩔래? 결국 할 거야 안 할 거야? 여기까지 말해놓고 설마 내빼진 않겠지?"
"하겠어요."
이번에 그렇게 말한 건 의외로 카시와라였다.
진지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왜 그렇게 모두 혈기왕성한 거야?
"오우, 카시와라쨩. 과연 뭘 좀 아네. 아니면 사실은 우리들이랑 데이트 하고 싶었어?"
상대는 씨익 웃었다.
"하지만, 의외의 수확이 생겼는데. 당신, 이스루기 양이랬지? 무지 내 타입이거든. 좋은 데이트 계획 짜 놓을게. 시이노는 흥미 없지만……뭐, 어떻게든 재미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너, 혹시 따돌림 당했었어?"
복도로 나오자마자 나는 키라리에게 물었다.
"에, 그건……."
"그랬어? 키라쨩?"
카시와라도 묻는다.
"아니, 저기, 따돌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놀림 받았던 적이 있어서……."
키라리는 머뭇거리면서 말끝을 흐린다.
"뭐든지 말해줘. 나는 시이노의 힘이 되어줄게."
무라카미가 큰 몸을 시이노의 시선 아래까지 수그려서 올려보듯이 하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냐. 그리고, 내가 이상한 애라서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시이노……."
무라카미가 걱정하며 묻지만, 키라리는 그 이상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참, 정말 싫은 사람들이야. 속이 답답해진다니까."
치에 누나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도 동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승부라던가 하는 건 성급했던 것 같은데. 그런 약속 안 해도 앙갚음을 할 거라면 그거 말고도 얼마든지 괴롭혀줄 방법이……."
그런 내 말을 끊고서.
"괜찮아요."
카시와라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키라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요. 저, 저 사람들이 싫어요."
왠지 카시와라가 무섭다.
"시카노스케, 네 특기인 치사한 방식 말고, 여기선 정정당당하게 이겨야 되는 부분이야."
치에 누나는 심한 소리를 했다.
"치사하다기 보다, 나는 합리적으로……."
"어쨌든 이기면 되는 거야, 이기면."
치에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좋았어, 힘내자고-!"
혼자 기합을 넣고 주먹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태그 : 키라☆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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